1.15.2014

세현이가 안아주는 느낌, 피부의 감촉, 냄새가 갑자기 생각났다.
어제와 오늘이 무료했다.
특히 오늘이 많이 아주 많이 무료했다.
지루한 느낌이라기 보다 뭘 해야할지를 몰랐는데, 사실 정답은 구직활동으로 정해져 있는 것을 억지로 인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억지로, 아주 억지로 난 오늘 하루쯤은, 이런 상태로 재활용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 넣듯 오늘 하루를 보냈다.
속옷은 꼭 필요했다. 하지만 돈이 별로 없어서 속옷을 사면 거의 바닥나는 수준이었는데,
그래도 마지막 양심상 세일에 세일을 하는 곳을 찾아가 80%정도 마음에 드는 속옷을 사고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이즈의 문제였다.-
허영의 귀신에 눈이 씌웠는지 옷도 몇벌 샀다.
하지만 날 좀 불쌍하게 여겨줘. 한벌은 1,000원, 다른 한벌은 3,000원. 마지막 옷은 29,000원 이었다. 과소비였을까.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아서 허무한 마음을 조금은 달랠 수 있을 정도였다.
집에 와서도 보고싶은 tv프로그램도 없고, 책도 없고, 영화도 없고.
이게 바로 내가 지금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증거였겠지 싶다.
너무 바쁘고 해야할 일이 많을 때는 보고싶은 tv프로그램도, 책도, 만화도, 영화도 넘쳐나니까.
그래도 오늘 하루쯤은, 하는 마음으로
세현이가 없는데도 처음으로 와인을 한병 사서 영화를 한편 시청했는데
오늘 내가 컴퓨터를 켜고 자판을 두드리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기분을 선사했기 때문에 (심지어 영화는 끝나지도 않았다)
나는 지금 기분이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아~~~주 좋다.
술에 좀 취한 탓도 있겠거니.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지금까지 든 생각은
-아, 이거 세현이가 참 좋아하겠다.
-이거 세현이랑 같이 봤으면 더 좋았겠다.
-내가 한번 더 보더라도 이거 나중에 세현이랑 한번 더 봐야겠다.
였고, 장면 별로 들었던 내 마음을 종이에 메모해뒀다.

그 메모에 따르면,
오늘 먹은 국의 간부터 시작해서 이웃집 사촌의 목소리까지 아주 세세한 대화를 자주 나눌 것.
역사와 정치에 대해 아주 많이 공부할 것.
-오늘은 내가 유관순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예전과는 다른 관점이 생긴 날이다만 오글오글
내 미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그것보다 중요하게 주도적으로 살아갈 것.
영어공부를 할것.
-내가 지금 동대문에 가서 2백만원을 버는 것과, 앞으로 살아갈 직종과 관련된 일을 하며 150만원을 버는 것에 대한
차이점을 고민했다. 후자가 좀 더 설득력이 있었다.
우리 가족. 눈물이 나는 우리 가족은 점점 깊어지고,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난 진짜. 후회할거다.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알면서도 후회하고 또 후회할 것이다.
엄마. 아빠. 영진이. 할머니. 삼촌. 삼촌보다도 어머니. 아버님 그리고 할머님 할아버님. 우리 도령닝
삼춘은 그냥 깍두기 끼셈. 어디 껴도 상관없음. (우리 삼춘 만세)
난 진짜. 가족을 위해 살꺼다.
내새끼가 태어나면 난 내새끼겠지만, 그래도 난. 그게 무엇이든. 가족을 위해 살기로 했다.
내가족 세현이, 그리고 태어날 우리 귀염이들, 그리고 나와 세현이의 가족들.
가족들을 위한 인생을 살거라고 마음먹었지만 지금은 너 니인생 위주로 살고 있지 않니?
이렇게 자기반성도 거스르지 않는다 나는, 참.

그리고 친구들 이전에 천은정 선생님.
나는 그사람을 조금이라도 서운하게 생각했을 시에 참 못된사람일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손재주.
옛날보다 다르게 다가온다. 내 손재주가.
미술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쏙 든 것은 오늘 하루다.
화이팅! 힘내자!

그리고 운동. 은 말할 것이 없고.

그리고 사랑.
은 세현이겠지.










10.10.2013

확실히 결혼을 하면 단순해 진다.
왜냐하면 신경쓸게 많아져서 더이상의 크리에이티브 잉여세포는 죽어버리기 때문.
지난번 포스팅 최악임.


이어서, 
2주동안 4~5군데의 유학원을 상담받아 본 후 
글쓰기가 귀찮다. 오늘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나 남기고 자야겠다.

오늘 갑자기 요즘의 나의 모습이 새삼스럽다고 느껴졌다.
같이 유학을 준비하는 꼬꼬마 십대들 사이에서 유난히 나이가 많은 내 모습이
미치도록 창피스럽다가도 나같은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 또 자랑스러워졌다.

사실 이런생각을 했었다.
내 인생은 초 스페셜해서 반드시 한번 이상의 변환점이 온다고 당연시 믿었는데,
어쩌면 그건 지겨운 직장생활을 이겨내기 위한 나만의 미신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 변환점이 오고있다고 확신했다.


사실 오늘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벌레걱정에 모기걱정에 잠이 통 오지 않아
가볍게 와인을 마셨는데
벌레가 좀 있으면 어때, 여기는 아늑한 우리의 공간인걸.
여유롭게 와인도 마시고 안주도 먹고 책도 읽었다.
역시 술의 힘이란.

가볍게 와인을 마셨는데, 그래도 잠이 오질 않아
책을 읽었는데 머릿속에 무언가 하고싶은말이 많아 귀찮음을 무릅쓰고
컴퓨터를 켰는데 타자를 치면 칠 수록 뭔가 구려진다.


사실 이런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난 나이를 영원히 먹지 않을 지도 몰라.
까지는 거짓말이고,
남들에 비해 좀 느리게 먹는걸지 몰라.
라고는 생각해봤다.


사실 이런생각을 했다.
미국에 가면 엄마아빠가 그립겠지.
내가 그리워하는 것보다 날 더 그리워 하시겠지.
누구나 원하는 평범한 그런 행복의 효도는 드리지 못한다는 것에 계속 마음이 쓰인다.

엄마!!!!!!!!!!!!!!!!!!!!!!!!!!!!!!!
아빠!!!!!!!!!!!!!!!!!!!!!!!!!!!!!!!


요즘 이런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더 심하게 깊히 김세현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불운하게도 그는 그의 몸을 챙길 수 없는 타입일 뿐더러 건강과는 별 관계없는 생활을 하는터라
나의 임무는 그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라 생각하니
엄청나게 사랑하지만 엄청나게 귀찮아졌다.
하지만 넌 건강해야돼! 그래서 계속 나의 옆에 있어야돼.




아! 재밌다.!!
난 나의 인생이 너무 좋다.











9.19.2013

오늘

외롭다.
돈만 있다면 흐르는 세월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뜬눈 장님으로 무작정 덮어두면 해결될것 같았던 일은, 사실 시간의 능력이 아니었을 뿐더러 오히려 낡고 닳은 오랜 시간 후에 자라난 세포처럼 더 탱글하게 내 앞에 나타났다.
뒤늦게 찾아온 성인 여드름을 덮으려 돈주고 몸헤치는 약을 먹었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매끄러운 내 얼굴에 흩뿌린 좁쌀처럼 귀엽게 올라와서 날 괴롭힌다.
차라리 여드름이었으면.
날 괴롭히는 네가 차라리 여드름이었으면 난 오히려 널 반기려 파티라도 열겠다.
추해지는 눈동자를 느끼면서까지 술을 마시고, 곧 토할 것 같은 담배를 다시 피면서도 아직 나는 뭔가가 허전해서 자꾸 마시고 먹고 누군가를 귀찮게 하고 또 실망을 시켰다.
누군가가 나를 좀 안아줬으면.
허전한 내마음을 채워주는 묵직하고 맛있는 뭔가를 줬으면.
밤새도록 희망에 넘치는 사례를 들어 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줬으면.
나에게 그 많은 돈을 아무 댓가 없이 줬으면.
좋겠다.


나는 2013년 3월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3월 말부터 4월,5월을 오롯이 주부흉내만 내다가 세현이가 직장을 그만두던 6월1일부터 악명높은 토플을 시작했다.
워낙에 부족했던 영어문법을 원망하면서, 귀엽고 어린 학원생들을 부러워하면서, 토플이라는 그 악랄한 명성에 한층 더 복종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독하게 매일을 혹사하며 영어를 배웠다.
별 친하지도 않았던 학구파 흉내를 내느라 채 두달이 되지 않아 우리는 둘다  체력이 방전되면서 정신력도 바닥을 치닫았고, 두달이 2년인듯 이제는 더이상 못하겠다며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에 욕을 퍼붓을때, 동문 선배를 학원에서 우연히 만났다.
내가 힘든 만큼 너도 힘들겠구나, 기억도 나지 않는 말 한마디 한마디로 서로를 응원해 가면서우리는 다시 힘을 얻고 마치 전장의 전우를 보살피듯 서로를 부축여 다시 힘을 냈다.
다음해 가을학기를 목표로 비교적 빠듯하게 남은 일정때문에 이르지만 일단은 시험을 쳐보기로 하고 3달이 조금 못되어 8월 말에 첫 시험을 예약하고 남은 기력을 쏟아부어 지독하게 덥고 습했던 이번 여름을 이겨냈다.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라고 말하기에 몸둘바를 모를 정도로 훌륭했다.
덕분에 나는 두리뭉실 하게 잡혀있던 미국 유학에 대한 틀이 잡혀졌고, 결국에는 학교를 진학해야 되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하여 그 날로 토플과는 작별인사를 하고 뒤늦은 유학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귀엽게 변덕스런 성격탓에 사회의 여러직종을 개념없이 돌파했던 나의 지난 경력을 원망하면서 석사는 뜬구름이라는걸 인정하고 학사편입으로 초점을 맞춰서 가야하는 학교를 추려내고, 그에 맞는 입시요강을 요약했다.
토플뒤에 가려진건 아주 커다란, 그리고 아주 중요한 포트폴리오라는 거대 산이다.
항상 믿고 있던 보험같은 내 손재주는 포트폴리오 라는 거대 산 앞에서는 불신으로 가득찬 조그만 고사리같았다. 내 고사리를 키워줄 튼튼한 그늘막을 찾아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고, 몇 군데 돌아다니며 상담해본 학원들을 논리 정연하게 따져보다가.

난 돈이 필요하다는걸 알았다.
예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단지 알았을 뿐이었고, 차츰차츰 두리뭉실한 흰구름같던 조각의 퍼즐을 맞추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되었다.

네가 누군지 알고 나니 난 더 단단해졌어.
난 네 생각보다 단단해져서 가시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어.
내 가시가 내 옆의 사람들을 다치게 만들겠지만, 넌 알게될거야.
내 가시가 그들을 다치게 하는것이 아니라
결국엔 그들을 보호해 줄거라는 걸.








이라는 낯뜨거운 말까지 하게 될 정도로 난 돈이 필요하다.











3.26.2012

http://www.lufthansa.com/online/portal/lh/kr/specials/booking?l=ko&specialid=12172&nodeid=3582053&no-mobile-redirect=Y?WT.mc_id=Nlemail